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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20m는 높다” 지적에… 19.9m, 19.5m서 미세먼지 측정
  •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가 운영하는 지상 26m 높이 마포아트센터 옥상에 오르자 인근 숭문고 운동장에 모인 학생들이 손가락 크기로 보였다. 이 옥상에는 2003년부터 마포구 미세 먼지를 측정하는 국가 공인 측정소가 있다. 대기 중 미세 먼지를 모으는 측정구는 옥상 바닥에서 1.8m 높은 지상 27.8m에 설치돼, 전국 264곳(2017년 8월 기준) 측정소 가운데 가장 높다. 서울시는 사람 숨 쉬는 높이(1.5m)보다 18배 높은 이곳에서 측정한 농도를 지난 16년간 마포구민들에게 알려온 것이다. 이날 센터를 찾은 주민 이모(59)씨는 "이렇게 높은 곳에서 측정한 농도가 실생활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체감(體感) 농도와 동떨어진 정보를 제공하는 국가 관측망은 마포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27일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64곳 측정소 중 측정구 높이가 20m 이상인 곳이 21곳(8%), 10~20m가 203곳(76.9%)이다. 전체 85%에 이르는 10m 이상 측정소는 대부분 십수 년에서 길게는 38년(1980년 설치된 부산진구 측정소) 전에 설치됐다. 국민으로선 그동안 체감 농도와는 다른 '고공(高空) 농도'를 제공받아 온 것이다.

     

    체감 농도는 국가 공식 통계로 잡히는 측정소 농도보다 더 높을 수 있다. 송 의원이 지난해 환경부와 공동으로 검증한 결과, 지상 2m 높이에서 잰 미세 먼지 농도가 측정소보다 많게는 28%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공 측정소' 상황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송 의원 측은 "지난해 지상 20m 높이에 설치된 측정소 가운데 6곳은 측정소를 이전하거나 측정구의 높이를 낮췄다"면서 "그러나 강원 원주시 측정소의 경우 기존 21m이던 측정구 높이를 19.9m, 경기 화성시 측정소 역시 26m에서 19.5m로 낮추는 등 시늉만 했다"고 말했다. 환경부 권고(지상 1.5~10m 미만)를 따르지 않아도 제재 조항이 없어 지자체마다 사실상 주먹구구식으로 측정망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공 측정소'가 난립하는 이유는 정부와 지자체가 '행정 편의'를 위해 상당수 측정소를 주민센터나 학교 등 공공기관 옥상에 설치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적어도 12평(40㎡)은 필요한 측정소를 민간 부지에 세우면 임대료가 너무 커 유지하기 쉽지 않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국가 공인 측정소는 공기를 포집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포집에서 농도 발표까지 걸리는 시간이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국민들로선 실시간 농도를 제공받지 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7일 오전 9시 현재 발표된 마포구의 농도(72㎍/㎥)는 오전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포집한 공기의 평균 미세 먼지 농도를 뜻하는데, 이 정보가 오전 9시 20분쯤 공개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가 측정소의 공백을 메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이기영 교수는 "정부가 운영하는 대형 측정소는 실시간 정보를 제공할 수 없고 과학적인 차원에서 대기오염을 측정하는 것이라 아무리 많이 세워도 개개인의 생활에 밀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면서 "정확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센서를 활용한 간이 측정기를 곳곳에 설치해 진짜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대만 등지에서는 이미 간이 측정기를 활용하고 있다. 전국 1000곳 넘는 지점에 간이 측정기를 설치한 대만은 '마이크로 모니터링 사이트'를 통해 '초(秒) 단위'로 미세 먼지 농도를 제공한다. 최근 서울시를 방문한 베이징 환경모니터링센터 관계자는 "베이징 시내에 간이 측정기 1300개를 설치해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고 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시도 도시 곳곳에 간이 측정기를 설치해 '스마트 시티즌 랩'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시간 대기질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한다. 암스테르담시는 홈페이지를 통해 "오염이 심한 날에는 시민들이 스스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자발적인 행동 양식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KT와 민간 기상업체 케이웨더가 합작해 시범 설치 사업을 진행 중이다. KT 등은 서울 송파구의 국가 공인 관측소(지상 7m 높이)에서 800m~2.4㎞ 떨어진 곳에 있는 높이 2m가량 공중전화 부스에 간이 측정기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케이웨더 관계자는 "(공인 측정소보다)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떨어지는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인근 측정소 데이터를 모아 인공지능(AI)이 '딥러닝' 방식으로 측정치를 보정한다"면서 "최근 고농도 미세 먼지 사태 때도 측정소 농도와 비슷한 추세〈그래픽〉를 따른 것으로 나타나 일상 생활에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KT는 전국 곳곳에 위치한 공중전화 부스(6만여 개)와 통신주(450만여 개) 등에 간이 측정기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김효인 기자 hyoink@chosun.com

  • 2018-03-28